또 다시 깨어났다...영구 동토에서 잠들었던 4만 6천년 전의 선충...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4만 년 넘게, 깊은 잠을 자던 선충이 깨어나 현대에 부활했다고 한다.

시베리아를 흐르는 코리마 강의 북부에서 발견된 선충은, 곰벌레 등에서 볼 수 있는 극한 아래 활동을 중단하는 무대사 상태인 건면(크립토비오시스)이 됨으로써 인류가 문명을 일으키기 훨씬 전부터 잠을 잤다.

 


방사성 탄소 분석으로 조사한 결과, 이 선충이 잠든 것은 무려 네안데르탈인이나 다이아울프가 아직 살아있던 4만6000년 전의 옛 시절로 밝혀졌다고 한다.

선충은 신종으로, "Panagrolaimus kolymaensis"라는 이름이 붙었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의미에서는 한 번 멸종된 종이기도 하다. PLOS Genetics(2023년 7월 23일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런 선충이 수천 년을 산다면 멸종됐을 계통이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며, 그래서 생물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라고 한다.

■ 4만 6천 년이 지나 잠에서 깨어난 선충

선충이나 선형동물로 불리는 생물은, 이름 그대로 선과 같은 길고 갸름한 몸을 하고 있고, 적응력이 매우 높아, 개중에는 건면(크립토비오시스) 기술을 진화시킨 것도 있다.

 


즉 얼 것 같은 온도가 되면, 대사를 멈추고 건조한 카라와 같은 상태로 변신하는 것. 이렇게 모종의 가사상태가 됨으로써 추위를 이겨내고, 다시 따뜻해질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긴 잠에서 부활한 생물은 지금까지도 있는데, 예를 들어 러시아 북동부 사하공화국에서 발견된 선충은 4만2000년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이번에, 코리마 강변에 펼쳐진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발견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종으로 추정되는 선충(Panagrolaimus kolymaensis)은, 그보다 더 길다. 탄소연대측정이 보여주는 연령대는, 4만5839년~4만7769년 전. 즉 4만6000년 동안 잠을 자온 것으로, 그것은 아직 네안데르탈인이나 다이아울프가 살았던 시대다.

 


■ 눈뜨고 나서 벌써 백 세대나 되는 자손을 만들었다

아직 인류가 인도네시아 동굴에서 동물 벽화를 그릴 때부터 계속 잠이 들었다는데, 선충은 현대 문명에 빠르게 적응한 듯 눈을 뜬 지 벌써 100세대나 됐다고 한다(참고로 한 세대는 812일 정도 산다).

 


"기본적으로는, 박테리아가 들어간 한천 배지에 올려 적당한 습도와 실온을 유지해 줄 뿐입니다. 그러면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이윽고 새끼를 낳습니다"라고 독일 쾰른 대학의 필립 시퍼 씨는 설명한다.

사정이 좋게도, 이 선충은 암컷밖에 없고(무성), 단위생식으로 수컷이 없어도 알을 낳고 새끼가 태어난다고 하고, 눈을 뜨면 먼 미래였다는 얘기는 마치 만화나 SF 드라마 이야기 같다.

■ 살아남기 위해 몸에 익힌 "건면"이라는 초능력 스킬

하지만 선충을 비롯한 터프한 생물들, 시대의 격랑을 극복하기 위해 이 초능력과 같은 스킬을 익혔다고 생각되는데, 이것은 생물의 과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자, 생물이 미래의 위험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건면 상태는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습니다"라고 시퍼 씨는 말하고, 덧붙여 "그 덕분에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요. 이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유전적 생화학적 차원에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지구상의 환경은 생물들에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그곳에서 사는 생물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